대중성을 공략하는 시대에서 특정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들은 세계관이 만들어졌다. 아이돌 시장에 세계관이 등장하면서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은 노래를 이해하기에 어려웠으며, 퍼포먼스 아이돌의 장기 집권과 3세대 아이돌의 통통 튀는 팝 유행 이후 4세대 아이돌부터 ‘Easy Listening’이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비트감 있고, 강력한 사운드를 벗어나 이해하기 쉬운 리듬과 표현을 사용하는 ‘Easy Listening’이 대중들을 공략하고 있다.
음원차트에서 부진했던 남자 아이돌인 라이즈, 투어스가 이지리스닝으로 좋은 음원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 이지리스닝을 대표하는 그룹은 뉴진스가 있으며, 최근엔 퍼포먼스 그룹인 더보이즈도 넥타라는 음원을 내면서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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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강력한 사운드와 비트감을 벗어난 ‘Easy Listening’의 소비하고 있는 대중들은 전통 힙합의 색이 뚜렷한 그룹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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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팬층이 남자 아이돌로 쏠렸던 과거와 달리, 여자 아이돌에 대한 팬덤이 커지면서 ‘주체적인 자아’라는 컨셉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후 4세대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주체적인 이야기를 공통점으로 가져가 대중들에게 공략했으며, ‘힙합을 파는 걸그룹’ 5세대 아이돌인 ‘영파씨’가 등장했다.
전통 힙합의 색이 뚜렷한 독특한 그룹인 영파씨는 데뷔 이후 ‘YOUNG POSSE UP’에서 힙합에 걸맞은 강렬한 무거운 이미지와 음악을 차용하며 힙합 아티스트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습들은 힙합 전사의 타이틀이 연상케 하며 데뷔 이후 큰 변화에 대중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쩌면 강력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이해하기 쉬운 ‘Easy Listening’ 곡들 사이에서 K팝 기강을 잡으러 온 힙합 이단아 모습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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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이단아 영파씨는 힙합이라는 이미지 클리셰에서 벗어나 독보적인 길을 개척해 걸어가고 있다. 힙합을 다룬 그룹들은 강렬한 비트 위에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랩을 했지만, 그들과 다른 영파씨의 차별점을 볼 수 있다. 힘을 뺀 채 특색을 살리는 랩을 지향하고 뉴 웨이브 트랩, 드릴 등 해외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번에 발매한 [XXL EP]에서는 아직 국내에서 많이 보지 못한 레이지나 칩멍크 소울 등 K팝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장르를 수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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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클 XXL은 90년대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장르인 ‘G-Funk’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이 대표적인 예시로 볼 수 있다. 영파씨의 음악을 들어보면 특유의 그루브를 갖춘 리듬과 신시사이저가 주는 강렬한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으며, 우탱클랜에 대한 샤러웃과 “리구개청 는없 수할 상예’와 같이 뒤집힌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총 5개의 트랙이 들어가 있으며, 아이돌 음반에서 보기 드문 레이지 장르와 신스 사운드를 포인트로 한 아프로 비트 장르/ 붐뱁과 칩멍크 소울/ 저지 클럽과 브레이크 비트 등 힙합과 다양한 장르들로 대중들의 마음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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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XXL MODE ON 🔦 Beam Me Up! / 'XXL' M/V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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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장르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또한 영파씨라는 그룹의 컨셉을 잘 보여주고 있다. 타이틀 곡인 ‘XXL’ 뮤직비디오 공개 전, XXL MODE ON 🔦 Beam Me Up 라는 컨셉 영상을 공개하면서 빛을 쏘면 물체가 커지는 손전등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로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뮤직비디오 안에서 생동감과 컬러감이 넘쳤으며, 컴퓨터 그래픽(CG) 사용을 볼 수 있다. 그 안에서 영파씨 멤버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유쾌한 분위기를 볼 수 있으며 영파씨만의 발칙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로 채워진, 의도된 B급 감성을 볼 수 있다.
이해하기 쉬운 리듬과 표현을 사용하는 ‘Easy Listening’이 대중들을 공략하고 있지만 영파씨는 K팝 산업에 새로운 것들을 도입하고, 힙합이라는 장르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XXL의 전체적인 컨셉처럼 ‘느닷없이 떠나게 되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여행’을 언젠가 더 큰 무대에 오를 힙합 이단아 영파씨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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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시장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한다. 음악, 비주얼, 퍼포먼스, 마케팅 등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며 코어 팬덤은 물론, 대중까지 사로잡아야 하는 영원의 과제를 가진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K-POP 그룹들의 동향을 살펴보자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소비 트렌드를 선두하는 그룹과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는 그룹. 트렌드를 따라가는 그룹이 틀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K-POP 시장의 수익 구조 상,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데뷔 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적자를 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모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도전보다는, 비교적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범위 내에서 그룹의 정체성을 설정할 수 있다.하지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무모하다 할지라도 도전하는 그룹이 각광받아야하는 이유는 이러한 시도로 인해 장르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영파씨는 ‘올드스쿨 힙합’의 컨셉과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영파씨는 젝스키스, 핑클, 이효리, SS501, 카라 등 1,2세대를 주름 잡았던 DSP 미디어 소속의 걸그룹이다. DSP 미디어가 5세대에 들어, 그때 그 시절 서태지의 ‘Come Back Home’을 연상시키는 정통파 붐뱁 트랙을 통해 상징성을 내세웠다는 점이 인상깊다. 돌고 돌아온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보여준 음악성, 그에 상응하는 비주얼까지 영파씨는 영리한 전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러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영파씨와, 이로 인해 변화하게 될 소비 흐름을 주목하면 흥미로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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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악 청취자들 중 86.0%가 주 1회 이상 음악을 감상한다고 한다. 이 중 거의 매일 음악을 듣는 이용자는 46.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실태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소비하고 자주 듣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소비의 형태는 어떠할까.
오늘날 소비 형태는 전반적으로 다양해졌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 감성이 중시되므로 소비의 형태가 개성화되고 분산된 것이다. 이는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때그때 듣고 싶은 곡이나 앨범을 직접 검색해서 감상’하는 것이 서비스가 제안하는 선곡 리스트를 감상하는 것보다 50%p 높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즉, 누군가에 의해 선택된 음악을 청취하기보다 내가 듣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나만의’ 독보적이고 고유한 무언가를 갖고자 하는 욕구는 ‘홍대병’이라는 다소 조소 섞인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러한 소비 트렌드(유행어까지 생성한)가 비주류라고 불리던 인디, 록, 힙합 씬을 수면 위로 한껏 끌어올려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날의 개인적 소비가 다시 돌아 결국 밴드웨건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도 본다. ‘나만의’ 것을 추구한다 해도 본래 사람은 집단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회관계 속 상호작용을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의 영향을 분명히 받는다. 그렇기에 이미 다수가 소비하는 취향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어쩌면 이미 ‘나만의’ 감성이라 생각한 것이 유행을 따른 것일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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