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악의 방향성, 그 행방은? 누군가 한국인에게 ‘국악’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대다수는 ‘우리의 전통음악’이라고 간단하고도 명료하게 말할 것이다. 한국이라는 특정 국가 단위에서 발생해 여러 해 동안 계통을 이루며 전해오던 음악이 바로 국악이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음악 장르로 집단 구성원 특유의 감정과 일상을 담아오던 전통예술 국악.
그러나 이 장르는 현재 거대한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 국악이 무엇이냐고 물어도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기 어려워진 것이다.
국악(한국의 전통음악)은 서양음악이 유입되고 보편화되면서 점차 대중음악이라는 인기차트에서 지속적으로 밀려났다. 순식간에 휩쓸려 내려가 버린 국악은 점차 대중에게 잊히거나 어색한 소리가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트렌드는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를뿐더러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여러 국립단체, 국악인들은 ‘보존, 보호’라는 관리적 태도를 취하며 자발적으로 정체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통음악을 새롭게 풀어가려는 신진국악인들에게 ‘이단’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을 씌워 배척하려 했다. 이들이 시도하려는 미래의 전통을 언짢아하는 것을 넘어 완강히 거부하려고 든 것이다. 물론 실험과 시도에 대한 태도는 역사적으로 봐도 쉽게 환영받지 못했다. 필자는 보존과 보호가 불필요하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보존과 보호는 응당 해야 할,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제껏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것이기에 이와 같이 드러낸 것이다. |
|
|
다행스럽게도 몇몇 국악인들의 지속적인 목로(沐露) 덕분인지 지체되어 소멸될 뻔했던 국악은 희망을 얻었다. 이를테면, 퓨전 국악 그룹 <씽씽>은 2017년 <NPR Music Tiny Desk Concert>에서 경기민요(서울과 경기도 지방의 토착민요)를 모티브로 한 퓨전국악을 선보였다. 그리고 크로스오버 그룹 <블랙스트링> 또한 스페인, 파리 등 세계 각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씽씽, 블랙스트링, 월드뮤직그룹 공명 등은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유지하고 거듭 발전하고 있으며, 새로운 창작국악인 또한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다.
퓨전국악, 크로스오버 국악, 조선팝 등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전통’음악이 역동성을 가지게 된 것은 실로 뿌듯하고 값지다. 특히 2019년 <이날치>로 하여금 아직 국악에게 대중성은 존재한다, 를 입증할 수도 있어 그 값짐은 더해 갔다. 그저 음악으로써 과거를 기록·회상하기만 할 뻔했던 국악이 조금씩 새로운 발자국을 찍어 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담론에 끝맺음이 보일 즘 또 다른 주제가 등장한다. 바로 ‘국악의 정체성’이다. 앞서 필자는 전통음악이 퓨전 국악, 크로스오버 국악, 조선팝 등으로 불리며 역동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드러냈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퓨전 국악, 크로스오버 국악, 조선팝이 의미하는 바가 동일함에도 왜 구태여 다르게 부르는가. 제대로 된 언어 사용이 맞는 것인가.’ 등 언어적인 요소에 의문이 든다. 더욱이, 음악의 사용에 있어 제기되는 것은 ‘악기 구성에 서양악기가 등장하기만 하면 퓨전이 되는가?’ 등이 있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기에 사람마다 자신의 정체성을 명명하기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다루고 말하는 사람으로서, 음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구별이 필요하다고 본다. |
|
|
출처 : 국민일보, 「이날치는 판소리 기반 얼터너티브 팝 밴드입니다」
|
|
|
작년 10월 국내 밴드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는 한 기사에서 “판소리가 바탕이 되는 음악이지만 결국 우리가 하고 싶은 건 팝 음악”이라며 판소리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자신들의 음악을 ‘퓨전 국악’ 등 국악의 테두리 속에 가두는 것을 거부했다. 스스로를 실험적인 대중음악을 추구하는 얼터너티브 팝(alternative pop) 밴드라고 설명하면서 말이다. 얼터너티브 팝일 수도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 방향성을 팝으로 잡고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퓨전 국악 그룹’이라 스스로 명명하는 <씽씽> 또한 민요에 기반을 두고 실험적인 음악을 만든다고 표명한 바 있다. 국악에 속한 세부 장르의 차이는 있으나 이들이 기반을 두는 것,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두 그룹 중 누구를 선택하여 장르를 수정해야 하는가.
구분에 관한 것은 여러 매체에서도 혼동이 잦다. 국내 밴드 <잠비나이>의 장르 구분을 살펴보면, Naver의 VIBE는 국악 크로스오버로 구분 짓는다. Melon과 FLO는 록/메탈, 국악, 크로스오버 국악 등 여러 장르를 적어뒀다. 나무위키는 이들을 포스트 록이라고 정했다. 물론 아티스트를 딱 하나로 묶기는 어렵다. 이는 국악이 아닌 팝, 재즈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는 것은 큰 테두리의 경계이다. 많은 음악과 그룹을 어느 갈래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일까. 이에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국악에 대하여 ‘월드뮤직’이라 명명한다. 실제로 이름을 <‘월드뮤직그룹’ 공명>이라고 지은 유명한 그룹도 있다.
“맞는 것인가?”
월드뮤직이라는 단어 자체만 봐서는 맞을 수도 있으나, 애당초 월드뮤직이라는 것이 서구 음악이 아닌 비서구 음악 즉, 그 외 음악을 망라하여 붙이는 이름이 아닌가. <월드뮤직그룹 공명>은 실질적으로 월드뮤직의 악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그룹마저 이같이 불러야 하는 것인지, 새로운 시대의 융복합 예술 분야에 대한 무책임한 방편은 아닌지 강한 의문이 든다. |
|
|
출처 : 국립극장 <2023 여우락 페스티벌>
|
|
|
정의(定義)는 음악적 스타일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국악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이들을 발견 및 발굴하는 것에 있어 최전방에 있다고 해도 무방한 여우락 축제를 보면 느낄 수 있다. 해마다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연례행사 중 하나인 여우락 축제에서는 다종다양한 국악 그룹이 초청된다. 여기에는 잠비나이, 월드뮤직그룹 공명도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해당 축제에 관객은 늘어가고 있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헤드 급이 아닌 신진예술가들도 다양하게 참가한다. 이렇듯 연신 행보를 잇는 축제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국악이라고 하기 모호한 음악들이 여우락에서 향유되고 있는 것을 목도했다. 분명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한국 전통음악의 다채로움을 소개하고 선보이는 것에 의의를 뒀는데 단순히 국악기를 차용하기만 하는 음악도 ‘국악’이라며 보여주는 것이다. 축제가 본질을 잃는 순간은 참담했다. 드레스에 한국적인 자수를 넣는 것만으로 한복이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여우락을 구성할 때 있어서도 신중해야 함은 틀림없다. 특히 ‘국립’단체일수록 토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 그리고 이 토대를 위해 국립극장 하나만이 아닌 극단, 그룹 등도 끊임없는 담론을 통해 보다 나은 명료함을 그어줘야 한다.
표현, 성질, 의의 등 국악을 둘러싼 여러 의문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정의를 내리고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은 실로 어렵고도 모호한 일이다. 세상에는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게 많을뿐더러 특히 예술에서는 더더욱 심하다. 그럼에도 음악에 종사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음악이, 사랑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그 본질에 대한 고찰과 고뇌가 있어야 한다. 또,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 뜯어보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본다. |
|
|
어느 분야이던 간에 혁신적인 시도에는 여러 우려의 말들과 부정적인 시선이 함께 따른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의 고유성을 담아내고 있는 전통음악일 때, 더욱 보수적이고 비관적인 견해들이 따라 붙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의견들은 전통음악의 본질을 잃게 될까하는 걱정을 기반으로 두고 우러나오는 경우가 다수이다.
전통이라는 것은 계승되어야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소비되기 위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며 다채로운 시도를 선보여야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이다.
현재 국가에서는 국악의 다양성을 선보이고자 하는 전제 하에, 새로운 국악을 시도하는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지원이 이루어 지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도우며 행사 및 매체 출연 등과 같은 소비 경로를 마련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음악에 관한 충분한 고민과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중성에만 초점을 맞춘 작업들이 조명을 받게 되었을 때, 음악적인 고뇌와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업들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현상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루어 본다면, 가벼운 시도들로 이루어진 작업들에 대한 지지가 결국 국악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현재 국가에서 펼치고 있는 국악 진흥 방안은 ‘월드뮤직으로서의 국악의 대중화’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향성을 설정하기 전에 그들이 정의하는 국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한다. 또,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국악 자체의 대중화인지, 국악의 대중음악화인지, 퓨전 국악의 대중화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신중을 가해야한다.
|
|
|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우리에겐 융복합은 익숙하다.
기술의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예술이 융합하면서 개인의 예술적 감성, 취향까지 영향을 미친다.
퓨전음악, 크로스오버를 비롯한 음악 장르 역시 음악과 음악이 합쳐진 또 하나의 융복합으로 월드뮤직이라는 장르를 보여준다.
장르의 융복합뿐만 아니라 기술이 발전된 지금 그렇다면, 기술과 음악의 융복합은 현재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음악의 융복합은 새로운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고, 융복합이 잘 이루어졌을 때 예술적 영역이 더욱 확장된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과 음악의 융복합을 바라볼 수 있다.
음악과 인공지능이 만나면 딥러닝을 기반으로 순식간에 곡을 만들어 낸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우린 이런 인공지능 역할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우린 다양한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음악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활용한 새로운 것을 만들어 예술적 영역을 더욱 확장 해야 한다.
장르 간의 융복합뿐만 아니라 기술의 변화함에 따라 우린 음악과 기술에 대한 융복합을 부정적인 시선보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야 한다.
기술과 결합한 장르까지 예술의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과물과 예술과 기술이 협업하며, 공존할 방안 또한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
|
|
"MHz"
이 웹진의 모든 권리는 웹진 MHz에게 있습니다.
웹진 MHz와 동의 없이 이 웹진에 실린 글을 복제하거나
전산 장치에 저장 및 전파할 수 없습니다.
megahertz1005@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