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의 붐은 올까? ◼︎ K-POP에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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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0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보이그룹은 ‘17팀’이다. 보이그룹은 기록적인 음반 판매율을 달성하며, 2022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음반 판매량에서 75.6%라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수치만으로 이루어본다면 국민이 모두 따라 부르는 ‘메가 히트곡’ 하나는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써클차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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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중성의 지표인 음원차트에서 보이그룹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음원차트 상위권은 모두 걸그룹이 차지하였고, 대중들은 성별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걸그룹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걸그룹 = 대중성, 보이그룹 = 팬덤’ 이라는 통념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걸그룹은 대중성과 팬덤을 모두 잡으며 입지를 굳건하게 다지는 반면, 노래는커녕 요즘 활동하는 팀들의 그룹명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보이그룹의 현실이다. 이는 전례 없던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대중성 양극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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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그룹은 왜 대중과 멀어지게 된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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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의 계보는 대표적으로 1세대의 H.O.T. / 젝스키스, 2세대의 동방신기 / 빅뱅, 3세대의 엑소 / BTS / 세븐틴, 4세대의 TXT / 스트레이키즈로 정리된다.
1세대~3세대 보이그룹은 강력한 팬덤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대중성까지 확보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대중이 보이그룹의 음악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은 3세대 후기이다. 3세대 후기에 들어서며 뉴미디어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K-POP의 저변이 확대되며 ‘글로벌’이라는 든든한 시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 시점부터 보이그룹은 대중보다는 충성고객 즉, 팬덤을 위한 마케팅을 본격화하였다.
해외 팬들에게 직관적인 매력으로 다가가는 화려한 퍼포먼스 그리고 코어 팬들만이 즐길 수 있는 세계관 도입에 치중하였고, 이 요소들을 부각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음악을 찾게 되었다. 컨셉이 음악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며 보이그룹의 노래는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이 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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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 시장에 ‘대중 친화적’인 그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터닝포인트가 될 5세대 보이그룹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따끈따끈한 그룹. 2024년 1월 22일 데뷔하여 남다른 흥행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투어스’는 세븐틴을 제작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HYBE LABELS 소속)에서 9년 만에 선보인 6인조 보이그룹이다. 세븐틴은 데뷔 초 ‘만세’, ‘예쁘다’ 등 청량 컨셉의 근본을 보여주며 팬덤은 물론,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된 바 있다. 이러한 팀을 제작한 플레디스의 새로운 보이그룹이기 때문에 데뷔 전부터 투어스에게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들을 분석하며 5세대 보이그룹에서 나타나고 있는 트랜드를 짚어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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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스는 세계관이 없다.
세계관은 음악 / 그룹 / 멤버 개개인에게 가상의 서사를 부여하는 스토리텔링 작업이다. 그룹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도구이자 팬들에게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작용했다. 하지만 세계관의 설정이 심오해질수록 대중에게 진입장벽을 만들어내고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컨셉이 제한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투어스는 세계관이 아닌 음악을 택했다.
‘보이후드팝’이라는 독자적 음악 장르를 내보인 것이다. 보이후드팝은 ‘일상에서 아름다운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음악’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보편적이고 친근한 컨셉으로 대중과의 거리는 좁히되 음악으로서 본인들의 정체성을 차별화하고 각인시키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팀이 추구하는 음악을 장르명 안에 직관적으로 담아내며 그 자체로 마케팅 효과를 낸다.
5세대 보이그룹 ‘라이즈’ 또한 독자적 음악 장르인 ‘이모셔널팝’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세계관의 대명사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과감히 이를 배제하고 오로지 음악 장르만을 내세웠다는 점은 K-POP 시장의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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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WS 'Sparkling Blue' 앨범 커버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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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스의 첫 앨범 'Sparkling Blue'는 앨범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청량한 컨셉을 기반으로 하여, 누구나 편하게 듣고 흥얼거릴 수 있는 이지리스닝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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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내 표정 봐 봐
느낌 So good 기다려온 D-day
연습했던 손든 인사도 그대로 하면 돼
Hairstyle check하고 한 번 Turn arou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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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중독적인 후렴구와 산뜻함이 돋보이는 곡이며, 뮤직비디오와 곡의 가사를 통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첫 만남에 대한 소년의 설렘을 표현한 곡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투어스가 ‘팬’들과 처음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의 설렘을 진솔하게 담아낸 곡이기도 하다. 이지리스닝과 하이틴이라는 보편적 컨셉을 통해 대중성을 사로잡은 동시에 신인 아이돌만이 낼 수 있는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여과 없이 드러낸 점에서 K-POP 문화를 소비하는 이들에게 큰 셀링포인트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5세대 보이그룹 모두 이지리스닝 곡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라이즈는 중독적인 기타 리프를 이용한 ‘Get A Guitar’와 izi의 ‘응급실’을 샘플링한 ‘Love119’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이지리스닝 곡을 발매하였다. 또 지코가 제작한 보이그룹인 보이넥스트도어 또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정제되지 않은 직설적인 가사로 담아내며 리스너로 하여금 공감을 자아냈다. “입이 거친 게 싫다던 너 때문에 화가 나도 욕을 못 하고”, “난 요즘 살만해. 살도 좀 붙었고. 친구도 만나. 지호, 문성이, Jamie, Sandy”처럼 마치 이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가사는 듣는 재미를 증폭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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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스는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Oh Mymy : 7s’를 선공개하였다.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닌 데뷔 전 최종 점검 현장과 이를 앞둔 멤버들의 심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와 결합한 콘텐츠이다.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드러내는 ‘선공개’ 콘텐츠에서, 무대 위 완벽한 모습보다 이상에 닿기 위해 노력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동경의 대상’으로 비추어지길 바랐던 이전 세대의 아이돌들과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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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의상도 눈에 띈다. ‘Oh Mymy : 7s’에서는 편한 트레이닝복과 후드티 / 맨투맨. 타이틀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서는 교복, 추후 공개된 수록곡 ‘BFF’ 뮤직비디오에서는 학교 체육복을 착용하였다. 메이크업도 수수하다. 비주얼적인 요소에서도 화려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이들이 그저 ‘소년’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5세대 보이그룹도 다르지 않다. 보이넥스트도어는 애초에 그룹명 의미부터 ‘옆집 소년’으로,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또 무대 위 자유분방하고 통통 튀는 퍼포먼스는 그룹명과 걸맞게 10대들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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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는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데뷔 전부터 꾸준히 일상 사진을 공개하였다. 멋진 사진뿐만 아니라 엉뚱하고 웃긴 사진도 업로드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존재로 다가왔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자체콘텐츠 ‘라이즈 앤 리얼라이즈’를 통해 데뷔 준비 과정부터 현재 라이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이들의 성장기를 관찰할 수 있게끔 도모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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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눈에 보여지고, 귀로 듣게 되는 모든 것들은 그룹의 정체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작업물이다. 끊임없이 기억되고 소비자와 공명되기 위해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나오는 현 시장은 너무도 치열한 경쟁구조를 가지고 있다. 과연 이 시장 안에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정체성을 제시하고 이를 영리하게 이어나가는 그룹은 누구일지 주목해보자. 그들이 K-POP 시장에 어떠한 변곡점을 가져올지 기대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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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그룹이 대중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중성이란 다수의 사람이 향유하고 좋아할 수 있는 성질이다. 산업 분야에서 ‘대중성을 갖췄다’는 ‘대중에게 먹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간에서는 이러한 ‘먹히는’ 콘텐츠를 상업적이다, 고 일단락시키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상호 의미가 같지 않다. 하지만 ‘생산된 제품이 대중에게 소비되기 위해서 상업성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 옳은 가정은 아니지만, 가구나 식품 등의 산업에서 ‘대중적인 것은 상업적이다’로 가볍게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생산된 제품은 쇼핑몰 판매순에서 상위권에 있을 것이고, 비례한 매출액이 나올 것이다. 가정이라 하였으나, ‘대중적이기에 수요가 높고 수익도 많다’는 얼추 맞는 결과가 나온다.
음악 산업도 이와 같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지 않다. 앞서 RIN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음원 판매량과 음원 차트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다. 비단 음악만이 아니더라도 예술 전반에서 대중성과 수요, 수익의 불일치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예술 자체가 비영리적인 면이 다분하기에 그런 것도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예술, 특히 K-POP 분야에서는 대중성과 상업성 모두를 잡으려 분투한다. 여타 산업과 같이 자본주의 생산시스템이 바라는 이윤추구의 기본적 논리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K-POP 그룹이 대중성을 얻기 위해 가져야 하는 방향성에 대한 답은 두 가지로 추려진다. 작품성과 마케팅이다. 예술적인 역량 그 자체로 대중을 사로잡거나 이게 아니라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 실행해야 한다. 전자는 후자에 비해 예술적 능력과 어느 정도의 운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꿈’에 가깝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에서 대중성 있는 K-POP 그룹이 되려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마케팅이 더욱 절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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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것이 가장 대중적이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특유함을 강조한다.
이 고유함은 최근 아이돌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음악 브랜드화 전략으로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아이돌은 각 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OO팝이라는 자체적인 음악 네이밍을 통해 새로운 각도로 브랜드화한다. 2022년 2월에 데뷔한 엔믹스는 '믹스토피아'라는 세계관과 함께 자신들의 장르인 '믹스팝(MIXXPOP)', 지난해 9월에 데뷔한 라이즈는 대중과 공감하는 '이모셔널팝'으로 그룹을 브랜드화해 이들의 정체성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과거 K팝의 정석은 걸크러시∙카리스마 등의 콘셉트 표현법을 사용했다면, 현재는 가볍고 경쾌한 팝 컬러감, 대중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장으로 브랜드화하고 있다.
음악과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음악 외 다양한 산업들에서도 음악 브랜드화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최근 K팝은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으며, 무대, 퍼포먼스, 콘텐츠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이어진다. 음악 브랜드화는 각 그룹들은 캐릭터화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사용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K팝 사업을 위해 다양한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등을 넘어서 음악 자체를 브랜드화하며,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음악 브랜드 전략들이 나타나면서 그 그룹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K팝 산업 전략이 각 그룹만의 정체성을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이며, 지속성장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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