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는 "사랑에 빠질 때 그것을 이룰 가능성을 미리 헤아려야 하는 걸까? 이 문제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는 안 되겠지. 어떤 계산도 있을 수 없지.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 사랑하는 거니까.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면, 그냥 사랑에 빠진 것이고, 그게 전부 아니겠니." 라는 말을 남겼다.
우린 마음 속 한 켠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항상 예고 없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1월 5일 6시에 너는 사랑에 빠진다.' 라는 문자를 받으면 어떨까.
이 문자를 받은 6명의 소년들이 있다. 문득 찾아온 첫사랑.
SM 엔터테인먼트에서 7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 '라이즈'는 걸그룹을 이후 신인 보이그룹의 열풍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그룹이다. 재미있는 컨셉, 샘플링을 통해 2000년대와 현재 세대를 아우르며 첫사랑에 빠진 라이즈의 싱글 앨범 'Love 119'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1. 음악 탐구
출처 : RIIZE 'Love 119' 앨범 커버
괜한 자존심 때문에 끝내자고 말을 해버린거야
위에 있는 가사를 보면 우린 익숙하게 누군가는 노래방, 누군가는 드라마를 떠오를 것이다.
izi의 응급실은 발매한 지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노래방 차트 상위권에 자리할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며, 라이즈를 통해 다시 한번 대중에게 알렸다.
'Love 119'는 팝댄스곡으로 감미로운 피아노 리프와 비트감 있는 드럼 라인이 대비되어 문득 찾아온 첫사랑의 감정을 응급 상황에 빗대어 노랫말로 전한 곡이며, 감성과 감정을 지향하는 이모셔널 팝으로 듣는 대중에겐 부담스럽지 않고 듣기 좋은 장점을 가진 곡이다.
이 곡에는 밴드 이지(izi)의 응급실을 샘플링 했으며,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곡의 샘플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음원 발매로 인해 2000년 과거 세대와 현세대를 아우르고 향수와 새로움을 동시에 선사했으며, 라이즈라는 그룹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곡에선 첫사랑의 감정을 응급 상황으로 표현한 부분이 가장 큰 특징이다.
Intro에서 나오는 옛날 라디오 잡음과 응급실의 한 구절이 나오면서 곧바로 이어지는 첼로, 피아노 그와 대비되는 트랩 비트와 챈트가 어우러지며 원곡의 피아노 멜로디로 상반된 연출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곡에 나오는 '시작됐지 이건 emerganey' 부분에서 사랑의 시작을 긴급한 상황이라고 비유하며, 사랑에 감정의 긴장감과 기대감을 표현했다.
과거 케이팝에서 샘플링을 이용한 곡 샘플링의 곡들은 우아함과 세련됨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번 국민 가요 샘플링 사용으로 기대와 새로움을 불러일으켜 성공적인 라이즈만의 색깔로 재해석했다.
2. 프로모션 탐구
출처 : RIIZE Love 119 Mail Box
첫사랑의 감정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Love 119'는 뮤직비디오 속 주요 소재로 '문자메세지'가 등장한다. 문자메세지를 착안해 아날로그 핸드폰 그래픽 스타일 디자인과 드라마 타이즈 형식인 뮤직비디오 스토리라인에 몰입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출처 : RIIZE Love 119 Mail Box
2005년 방영된 드라마 <쾌걸춘향>의 OST인 응급실을 샘플링을 해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감성과 감정을 자극하는 프로모션 컨셉으로 사진첩에는 멤버별 다채로운 이미지, 문자메시지 함에는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실제 메시지와 멤버들이 서로 주고 일상적인 메시지가 공개되어 재미를 더했다.
학교 배경과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더해 학창 시절 첫사랑의 감정과 그때의 감성을 느낄 수 있으며, 첫사랑을 곡에서 만날 수 있다.
1월 25일에 공개된 일본 버전 뮤직비디오에선 다채로운 멤버들의 연기와 새롭게 구성된 영상을 볼 수 있다. SM에서 처음 세계관 대신 리얼타임 오디세이(성장사)를 기반으로 한 음악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팀의 이름처럼 성장하다라는 뜻을 가진 'Rise'와 실현하다라는 뜻을 가진 'Realize'를 결합해 'RIIZE'라는 의미를 가지고 함께 성장하고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라이즈의 활동 또한 기대해 본다.
출처 : @riize.official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리의 사랑들은 각자만의 형태로 항상 예고 없이 다가온다. 라이즈의 'Love 119'을 들으며 우리의 첫사랑을 또는 그때 그 시절의 우리의 감정과 감성을 느끼며 이번 겨울 따뜻하게 보내길 바란다.
#샘플링
글 by. RIN
2022년에 발매되었던 걸그룹 곡을 떠올렸을 때 도출되는 키워드는 '샘플링' 이다.
바흐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을 시작으로, 프란츠 리스트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을 샘플링한 블랙핑크의 'Shut Down',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따온 (여자)아이들의 'Nxde'와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 IVE(아이브)의 'After Like' 등 많은 샘플링 음악들이 우수한 음원 성적을 거두었다. 음악업계에서 '샘플링'은 지속적으로 도입되어 왔지만 현시점에서, 특히 '걸그룹'의 음악에서 두드러지게 샘플링 음악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을 이루어 봤을 때 '샘플링'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러한 유행의 조짐은 보이그룹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글에서 다뤄진 라이즈의 'Love 119'과 더불어 A-Ha의 'Take On Me'를 샘플링한 제로베이스원의 'In Bloom'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최근 몇 년간 보이그룹들은 충성도 높은 코어 팬덤에만 주목하며 대중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샘플링' 시도를 통해 대중친화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보이그룹이 점차 등장하고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예시로 지난 1월 22일 데뷔한 TWS(투어스)가 있다. TWS(투어스)는 데뷔 전 공개된 선공개곡 'Oh Mymy : 7s'에서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샘플링 하여 대중들에게 첫인사를 남겼다. 2024년의 포문을 연 신인 보이그룹의 샘플링 음악으로 올해 보이그룹에게도 샘플링 열풍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또 이러한 대중친화적 태도를 취하는 보이그룹들의 등장이 어떠한 업계 동향을 가져올지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을 가진 채 보이그룹들의 음악을 청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첫사랑
글 by. 101몽
"미완성으로 남은 첫사랑은 앞으로 기준이 될 겁니다. 열병의 흔적처럼." (알레프,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 앨범 소개 중)
언젠가 인생의 여러 챕터 중 '첫사랑'으로 표기될 사랑은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날카로우면서 달콤할 것이다. 닿으면 바스러질, 눈 맞추면 멀어버릴, 그런 누군가를 간절히 바라본 첫 순간이니 말이다. 섣불리 다가가지도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양립된 마음. 복잡미묘한 감정이 나를 쥐고 흔들던 사랑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해진다. 진해지다 못해 사랑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아릿한 찰나를 만들기도 한다.
2023년 2월 발매된 알레프의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는 이러한 첫사랑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알레프만의 섬세한 언어로 표현한 곡이다. 곡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 '행운스럽게도' 첫사랑을 이룬 사람과 이루지는 못한 사람 모두 다정했던 그때의 나를, 너를, 우리를 더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준이 되어버린 첫사랑과 첫사랑 그 너머의 아릿한 단맛을 그려보고 싶다면, 알레프의 EP <사과향>으로 음미해 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