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의 '늑대와 미녀 (Wolf)', VIXX의 '다칠 준비가 돼 있어' 등 과거 남자 아이돌은 강렬한 콘셉트와 세계관 중심 전략을 통해 팬덤을 결집시키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특히 3~4세대 아이돌은 퍼포먼스와 서사를 강조한 콘셉트를 통해 팀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며 강한 팬덤을 형성했고 이러한 전략은 K-POP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콘셉트와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경쟁은 대중에게 또 다른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복잡한 서사와 설정을 이해해야 음악과 콘텐츠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구조는 팬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일 수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근 남자 아이돌들은 이전과 다른 방향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강렬한 세계관보다는 이지 리스닝 성향의 음악과 일상적이고 친근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흐름을 나타낸다. 이는 음악 소비 환경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플레이리스트 중심의 청취 방식이 확대되면서 반복해서 듣기 편한 음악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쉬운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팬덤뿐 아니라 일반 청취 환경에서도 자연스럽게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하나의 그룹만을 소비하기보다 여러 아티스트를 동시에 즐기는 ‘잡식형 팬덤’의 증가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TWS_PLEDIS, @RIIZE_official
동시에 현재의 K-POP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각 그룹은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드러내기 위해 음악과 콘셉트를 설명하는 새로운 키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투어스(TWS)는 '보이후드 팝(Boyhood Pop)'이라는 개념을 통해 또래 청춘의 일상과 성장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으며 RIIZE는 감정의 흐름과 현실적인 청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공감 중심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수식어는 단순한 장르 구분을 넘어 그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수많은 아이돌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nctwishofficial, cortis 유튜브
콘텐츠와 마케팅 방식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나타난다. NCT WISH는 일상적인 경험과 연결된 콘텐츠 전략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Songbird' 활동 당시 택배 컨셉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음악 홍보를 일상적인 경험과 연결했고 버스 광고와 같은 이동형 매체를 활용해 대중이 자연스럽게 그룹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돌 콘텐츠를 특별한 이벤트로 소비하게 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아이돌 그룹뿐 아니라 콘텐츠 기반 크리에이터 프로젝트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CORTIS의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는 음악과 콘텐츠 제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로 젊은 창작자들이 협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아이돌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으로 K-POP 문화와 창작 생태계를 확장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결국 오늘날 K-POP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히 음악 스타일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친근한 음악과 공감 가능한 메시지를 통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보이후드 팝'이나 '이모셔널 팝'과 같은 키워드, 그리고 일상에 녹아드는 콘텐츠 전략을 통해 각 그룹만의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K-POP이 더 강렬하고 복잡한 컨셉을 만들어내는 경쟁에서 나아가 대중과 공감하고 연결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K-POP 시장에서 중요한 방향성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예전 보이그룹이 매니아적 설정과 세계관으로 팬덤을 먼저 끌어모았다면, 요즘은 음악으로 대중의 문턱을 낮춘 뒤 콘텐츠로 팬덤을 넓혀가는 흐름이 두드러진다. 박재범의 프로듀싱 아래 '모어비전'에서 데뷔한 '롱샷(LNGSHOT)'은 그 전환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데뷔 전 공개된 '가운뎃손가락 포즈 사진'으로 첫인상부터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힙합 중심의 강한 톤으로 "우리가 왜 이 방식으로 나왔는지"를 음악으로 설득해내며 아이돌 팬덤뿐 아니라 힙합 리스너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와 트랙에서 먼저 납득을 만든 뒤, 비하인드·숏폼 같은 일상형 콘텐츠로 간격을 좁히며 팬덤을 쌓아간다. 데뷔 전 논란이 오히려 그룹의 음악과 맞물려 '정형을 거부하는 태도'로 읽혔고, 그 지점이 롱샷의 차별화를 만들었다. 이들이 앞으로 또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을 증명해낼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 101몽's Opinion
최근 K-POP이 강렬한 세계관 중심에서 벗어나 일상과 공감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음악 소비 환경의 변화와 맞물린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스트리밍과 플레이리스트 중심의 청취 방식이 확산되면서 부담 없이 반복 청취할 수 있는 이지 리스닝 음악이 대중적으로 더 넓게 수용되고 있으며, 이는 팬덤을 넘어 일반 청취자까지 포괄하는 전략으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친근한 콘텐츠와 일상적인 서사를 통해 아티스트와 대중 간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 역시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 인접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그룹 간의 음악과 서사에 있어 차별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각 팀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음악적 방향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심화시킬 것인지가 앞으로 K-POP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