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Hz]
________________ 악뮤는 또, 이렇게 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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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악뮤는 정말 '스타처럼' 나타났다. 오디션 무대에서는 이미 완성형처럼 보였고, 동시에 어딘가 장난기 많은 악동 같았다. 남매 듀오라는 설정 자체가 특별했던 게 아니라, 둘이 음악을 대하는 방식이 이미 하나의 장르처럼 느껴졌던 쪽에 가까웠다. 그 뒤로 악뮤는 "귀엽다"와 "잘한다" 사이를 가볍게 점프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대중가요의 중심을 정확히 찔러 히트곡을 쌓아갔다. 12년 동안 한 회사에서 활동하며 커리어를 쌓았고, 그 시간은 '성장'이라는 단어로 정리되기엔 너무 다층적이었다. 웃기고, 날카롭고, 따뜻하고,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했다. 동시대 청춘에게 위로를 건네면서도, 그 위로를 과하게 포장하지 않는 점이 특히 오래 남았다. 어떻게 이들을 미워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악뮤는 늘 자기 방식으로 사람을 무장해제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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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개화〉는 그들의 새로운 시작이다. 7년 만에 나온 정규 4집이자,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독립 레이블 ‘영감의 샘터’에서 처음 선보이는 앨범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같은 거창한 선언 대신, 악뮤는 늘 그랬듯 음악으로 먼저 보여주었다. 이전 회사와의 이별이 드라마틱한 파국이라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디테일을 더 온전히 구현해보고 싶었다"는 방향 전환에 가까웠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 지점이 〈개화〉의 온도와 맞닿아 있었다. 새로운 둥지를 얻은 자유가 과시로 흐르지 않고, 오히려 작업의 결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개화〉의 첫인상은 "악뮤가 가진 것들을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놓았다"는 쪽이었다. 앨범은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을 비롯해 총 11곡으로 구성됐고, 선공개 곡 '소문의 낙원'을 포함해 다양한 장면을 촘촘히 배치했다. 흥미로운 건, 이 앨범이 '컨셉'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정서'로 묶인다는 점이었다. 트랙마다 표정은 다르지만, 전체를 통과하는 감정의 축은 분명했다. 마치 제목처럼, 어떤 것들은 끝나고 어떤 것들은 피어나며, 그 사이에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여러 색으로 갈라지는지 보여주는 앨범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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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은 제목부터 악뮤다운 고집이 있었다. 감정을 한 단어로 정리하지 않고, 서로 부딪히는 것들을 한 문장 안에 같이 놓아버렸다. 곡은 감정을 과장해 끌어올리기보다, 차분하게 정리해두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크게 번졌다.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라는 식의 단순한 교훈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 두 감정이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을 '그럴 수 있다'고 승인해주는 힘이 있었다. 악뮤가 오랫동안 잘해온 것이 바로 이런 종류의 서사였다. 위로를 주되 설교하지 않고, 공감을 주되 과잉 친절로 밀어붙이지 않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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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개 곡 '소문의 낙원'이 만들어낸 질감도 앨범의 문을 여는 데 효과적이었다. 악뮤는 종종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기괴하게 유쾌한 방식'으로 바꿔놓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 재능이 살아 있었다. 소문이라는 비물질을 ‘공간’처럼 다루는 발상 자체가 악뮤의 언어감각을 다시 확인시켰고, 동시에 이번 앨범이 단순히 감상적 정리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힌트를 줬다. 〈개화〉는 "정리"와 "발화"를 번갈아 가져갔다. 잔잔하게 앉혀놓다가도, 별안간 엉뚱한 상상력으로 분위기를 틀어버리는 식이었다.
앨범의 중반부로 갈수록 악뮤의 아이코닉함은 '관계성'에서 더 선명해졌다. 악뮤는 누가 봐도 웃음이 나는 팀이다. 예능적인 포인트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남매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음악 안에서도 고스란히 들렸다. 둘의 보컬이 교차하는 순간은 종종 "이건 기술이 아니라 관계에서 나온다"는 느낌을 줬다. 그래서 악뮤의 음악은 종종 '잘 만든 곡' 이상이 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곡을 듣다가도,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시간까지 같이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종류의 자산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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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뮤의 '처음'을 함께한 팬은 아니다. 그들을 오래 응원해온 사람들 앞에서 애써 팬인 척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많은 대중 중 한 명으로서, 악뮤는 케이팝 씬에서 분명한 아이코닉함을 지닌 몇 안 되는 팀이라고 생각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확신은 더 커졌다. 대개 '아이코닉'은 유행의 정점에서 붙는 단어처럼 소비되지만, 악뮤에게 아이코닉함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쌓였다. 유행을 따라가서 아이콘이 된 게 아니라, 자신들의 결을 유지한 채로 계속 새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화〉는 그 새로움이 '독립'이라는 외적 사건과 맞물려 더 선명해진 순간이었다.
특히 이 앨범은 "이제부터 악뮤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선언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원래 악뮤가 해오던 것들을 더 정교하게 한다"는 쪽에 가까웠다. 즉,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게 아니라, 더 악뮤답게 정리되어 돌아왔다. 이것이 〈개화〉의 가장 좋은 지점이었다. 독립 이후 첫 정규라는 타이틀은 종종 부담이 되기 마련인데, 악뮤는 그 부담을 힘으로 바꾸는 대신, '완성도'로 조용히 눌러버렸다.
결국 〈개화〉는 "끝"과 "시작"을 동시에 가진 앨범이었다.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 둥지에서 첫 정규를 내는 사건 자체가 그렇고, 앨범 안의 감정들도 그렇다.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존재하는 마음, 소문과 현실이 뒤섞인 세계, 관계가 만드는 유머와 다정함. 그 모든 것들이 한 장 안에 피었다. 악뮤는 여전히 케이팝 씬에서 손에 꼽히는 ‘아이코닉한 존재’로 남아 있었고, 그 사실을 이번에는 서사 대신 트랙으로 증명해냈다. 다음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은 늘 예상보다 한 걸음 앞에서, 또 너무 악뮤답게, 다음을 꺼내왔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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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글처럼 이 앨범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관계'와 '질감'이다. 완성도 높은 트랙들의 집합이 아닌 서로의 호흡에서 비롯된 감정의 결이 자연스럽게 엮여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남매 듀오라는 관계는 설정 이상으로 보컬의 교차와 미묘한 온도 차로 드러나며 음악 안에서 서사처럼 작동한다. 동시에 감정을 규정하지 않고 기쁨과 슬픔이 겹쳐진 상태로 흘려보내는 방식은 앨범 전반의 질감을 만든다. 각기 다른 표정을 지닌 트랙들은 하나의 결로 이어지고 그 사이에서 이들의 음악은 더 또렷해지며 결국 이 앨범은 무엇을 말하느냐를 집중하기 전에 어떻게 느끼게 하느냐에 가까운 작업이다. 앞으로 악동뮤지션이 더 악뮤 다울지, 어떤 결로 다음을 확장해 나갈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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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 이들이 감정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화》 역시 마찬가지다. 기쁨과 슬픔을 따로 나누지 않고 한 자리에 두는 방식은, 듣는 사람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YG를 떠나 독립 레이블로의 전환이 자칫 '변화'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는데, 악뮤는 그 무게를 소리로 조용히 눌렀다. 달라졌다고 외치는 대신, 더 자기다운 방식으로 돌아온 것이다. 12년의 커리어가 쌓인 팀이 여전히 '다음이 궁금한 팀'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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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en Chords "Good Denim"
•도마(DOMA) "표류기"
•CORTIS(코르티스) "REDR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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