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이 앨범 〈SPAGHETTI〉로 다시 한 번 자신들의 방식으로 K-POP을 뒤흔들었다. 맛있어 보이는 요리를 내놓는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먹는 과정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그룹, 이번 컴백은 그런 르세라핌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증명한다.
실패를 딛고 '다시' 입증한 존재감
지금까지 활동에서 여론과 평가가 엇갈렸음에도 불구하고 〈SPAGHETTI〉는 초동부터 강력한 화력을 보여주며 르세라핌의 브랜드 파워가 여전히 견고함을 증명했다. 곡 공개 전부터 타이틀곡이 담긴 하이라이트 샘플러, 샘플러의 비트와 시니컬한 3D 캐릭터, 비현실적 토마토 이미지를 활용한 티징이 이번 컨셉의 세련된 감각을 완성했고 이는 발매 직후 대중과 팬덤의 시선을 동시에 끌어당겼다. 결국 르세라핌은 '성공하니까 먹힌다'가 아니라 '먹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까지 보여주었다'를 선택한 셈이다.
르세라핌 X 공식계정
르세라핌의 〈SPAGHETTI〉는 앨범 판매와 음원 성적 모두에서 흥미로운 곡선을 만들어냈다. 초동 그래프만 보더라도 첫날 92.3만으로 시작해 2·3일차에 완만한 상승을 그리더니 4일차에 429.7만이라는 폭발적 점프를 기록했다. 이는 전형적인 '첫날 몰빵형' 아이돌 초동 패턴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퍼포먼스·티징·마케팅 등 입소문이 나면서 후반부에 오히려 소비가 폭발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급등 이후에도 탄력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5~7일차는 430.8만 → 440.9만 → 464.6만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르세라핌이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콘텐츠의 힘으로 시장 반응을 '전환'시키는 능력을 증명했다. 이 흐름은 멜론 음원 성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SPAGHETTI〉는 멜론 TOP100에서 3위, HOT100에서는 30일 차트 1위·100일 차트 2위를 기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곡'이라는 특성을 보여줬다. 일간·주간 차트 5위, 최신 차트에서는 1주 차부터 4주 차까지 1위를 이어가며 초반 화제성뿐 아니라 반복 청취와 장기 소모력까지 확보했다. 팬덤 중심 플랫폼이 아닌 멜론에서 이러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은 르세라핌의 대중적 확장성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결국 〈SPAGHETTI〉는 초동과 음원 모두에서 하나의 공통된 사실을 말해준다. 르세라핌은 단순히 '잘 되니까 팔리는' 그룹이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과 쌓아가는 콘텐츠로 '팔리게 만드는' 그룹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번 신곡 비트가 담긴 하이라이트 샘플러 공개, 도시적이고 시니컬한 표정의 3D 캐릭터,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토마토 스파게티·창문에 터지는 토마토 등 비현실적 이미지들이 이번 컨셉의 세련된 방향성을 보여준다. 또한 X에서는 'LE SSERAFIM DELIVERY - 고객님의 SPAGHETTI가 곧 도착합니다'라는 프로모션 이미지가 공개되었다. 택배 밈을 활용해 멤버들이 스파게티를 배달하듯 표현한 유쾌한 연출이 돋보였으며 컨셉 포토의 딜리버리 테마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토마토 스파게티 요리 소재를 전 영역에 일관되게 활용해 컴백 전체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한 프로모션이다.
르세라핌 X 공식계정
르세라핌은 다음 변신에 대한 기대감 즉, 아이돌을 넘은 '장르 생성자'로 기대되는 그룹이다. 또한 컨셉을 바꾸는 그룹이 아니라 시장 방식을 바꾸는 그룹이 되었다.
〈ANTIFRAGILE〉이 태도, 〈EASY〉가 내면, 〈SPAGHETTI〉가 감각과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다음 단계는 기획·브랜딩·장르의 변신 자체를 또 다시 뒤집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실패와 논란을 지나가며 증명한 건 한 가지다. 르세라핌은 대중 반응을 다시 서사에 흡수해 콘텐츠로 재가공할 줄 아는 팀 이 흐름이 유지된다면 그들이 다음에 꺼낼 카드 역시 예상 밖일 것이고 예상 밖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예측 가능한 강점이다.
이번 컴백은 결국 하나의 사실을 확인하게 만든다. 우리는 르세라핌을 먹힌다/안 먹힌다의 프레임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그리고 다시 찾는다. 스파게티는 단지 컨셉였을 뿐이고 우리가 계속해서 확인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왜 또 다시 돌아오게 되는지 그게 결국 사랑인지.
그리고 르세라핌은 우리가 대답할 차례가 올 때까지 또 한 번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르세라핌은 늘 '보지 않았던 그림'을 먼저 제시하며 시장의 상상력을 한발 앞서 확장해왔다. 그래서 이들의 컴백은 결과보다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먼저 궁금해지는 드문 케이스다. 지금 K-POP은 음악을 소비하는 구조가 아니라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을 순환시키는 구조로 재편되는 중이고, 르세라핌은 그 전환을 주도하는 팀 중 하나다. 시장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감각을 먼저 제시하고, 이후 대중이 따라오게 만드는 역전형의 흐름을 만든다. 다음 행보 역시 '어떤 곡이 나올까'가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엇을 어떻게 현실로 꺼내올까'라는 질문을 남긴다. 이 팀이 계속 실험을 이어간다면 케이팝의 판도는 단순 경쟁이 아닌 새 기준을 창조하는 레이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 101몽's Opinion
글에서 언급된 '초동 4일 차 판매량 급등'과 멜론 차트 롱런 데이터는 특히 인상적이다. 이는 르세라핌이 단순히 초기 팬덤 화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딜리버리'라는 독창적 콘셉트와 과정 중심의 콘텐츠 전략을 통해 대중적 설득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완성된 결과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콘텐츠화하여 시장의 반응을 전환시킨 이들의 방식은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단순한 반등을 넘어 시장 문법 자체를 변화시키는 르세라핌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