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POP 걸그룹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강한 비트의 전자음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하이브 산하 걸그룹인 르세라핌, 아일릿, KATSEYE는 비슷한 시기에 EDM 기반의 신곡을 선보이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세 팀 모두 빠른 BPM과 강렬한 전자 사운드를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각 그룹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EDM을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먼저 KATSEYE는 하이퍼팝(Hyperpop)과 테크노(Techno)를 결합한 공격적인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왜곡된 신스와 과장된 디지털 효과, 강한 베이스를 활용해 글로벌 클럽 신(Scene)에 가까운 에너지를 구현했다. 음악 자체가 강렬한 자극과 몰입감을 전달하는 데 집중된다. 지난해 'Gnarly'에 이어 이번 'PINKY UP' 역시 이러한 노선을 더욱 발전시킨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는 전자음악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KATSEYE가 글로벌 프로젝트 그룹으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르세라핌은 EDM을 자신들의 퍼포먼스 정체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CELEBRATION'은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스타일(Hardstyle)의 요소를 결합해 웅장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곡이 전개될수록 에너지가 증폭되는 구조는 르세라핌 특유의 강인한 서사와도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데뷔 이후 꾸준히 도전과 성장, 자기 확신을 이야기해 온 르세라핌은 이번에도 전자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더욱 극적으로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아일릿은 세 그룹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다. 데뷔 이후 드림코어(Dreamcore), 신스팝(Synth-pop), 이지 리스닝 계열의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중심으로 정체성을 구축해 온 아일릿은 'It's Me'를 통해 보다 강렬한 방향으로 확장했다. 테크노 기반의 비트와 레이브(Rave) 문화를 연상시키는 에너지를 차용했지만 기존의 소녀적 감성과 밝은 분위기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이는 단순한 콘셉트 전환이라기보다 기존 이미지 위에 새로운 색채를 덧입히는 방식에 가깝다.
이처럼 세 팀은 서로 다른 장르적 문법과 콘셉트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빠른 템포와 강한 전자음악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장르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K-POP 산업이 변화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2024~2025년 K-POP 걸그룹 시장은 뉴진스를 중심으로 한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트렌드가 주류를 형성했다. 부담 없이 반복 재생할 수 있는 미니멀한 사운드와 자연스러운 멜로디는 대중성과 스트리밍 경쟁력 측면에서 강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걸그룹들은 다시 빠른 BPM과 강한 전자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르세라핌, 아일릿, KATSEYE는 모두 150BPM 안팎의 빠른 템포와 테크노·하드스타일·하이퍼팝 등 전자음악 계열 사운드를 선택했다. 각 팀의 콘셉트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강한 비트와 퍼포먼스 중심의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장르 유행이라기보다 K-POP 산업 환경 변화와 연결된다. 숏폼 플랫폼에서는 첫 수 초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언어보다 리듬과 에너지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또한 월드투어와 대형 페스티벌 중심으로 재편된 공연 시장에서는 관객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음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이브
하이브 산하 세 그룹이 비슷한 시기에 빠른 BPM의 전자음악을 선택한 이유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빠른 템포와 강한 드롭, 반복적인 훅은 짧은 영상 콘텐츠에서는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하고 공연장에서는 관객의 집단적인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결국 최근 K-POP은 단순히 음원을 소비하는 산업을 넘어 퍼포먼스와 영상, 공연 경험까지 함께 소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르세라핌의 'CELEBRATION', 아일릿의 'It's Me', KATSEYE의 'PINKY UP'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음악으로 구현된 대표적인 사례다. 서로 다른 개성과 콘셉트를 가진 세 팀이 같은 시기에 강한 전자음악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이지 리스닝 이후의 K-POP 걸그룹 시장이 다시 에너지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레이블의 세 걸그룹이 모두 전자음악을 선택한 것이 다소 위험한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되며 서로의 개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세 그룹을 함께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으며, 각 팀이 전자음악을 어떻게 자신들만의 색으로 풀어냈는지 비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K-POP은 하나의 성공 공식을 빠르게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산업이다. 그러나 같은 장르를 선택한다고 해서 같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중요한 것은 장르 자체보다 그 안에서 얼마나 새로운 스타일과 퍼포먼스, 그리고 팀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느냐일 것이다. 이번 전자음악 트렌드는 K-POP 걸그룹들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장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 101몽's Opinion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가 비슷한 시기에 전자음악을 들고 나온 건, 글에서 말한 대로 숏폼과 글로벌 시장, 공연 환경의 변화로 충분히 설명된다. 빠른 BPM과 강한 드롭이 짧은 영상에서 더 잘 먹히고, 월드투어 무대에서 관객을 단번에 휘어잡는 데도 유리하다.
그러나 세 팀이 비슷한 류의 장르를 골랐다는 사실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그 안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이었다. 캣츠아이는 하이퍼팝과 테크노로 거칠고 직설적인 에너지를 택했고, 르세라핌은 멜로딕 테크노와 하드스타일로 서사적 긴장감을 쌓아 올렸으며, 아일릿은 기존의 몽환적인 색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채 레이브의 에너지를 얹었다. 세 팀 모두 빠른 BPM과 강한 드롭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그 틀을 채우는 방식은 끝까지 제각각이다.
'왜 전자음악인가'는 산업의 조건으로 풀린다. 하지만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전자음악인가'는 결국 각 팀이 쌓아온 정체성과 그걸 풀어내는 프로듀싱의 몫이다. 같은 조건, 같은 장르 안에서도 결과물이 갈린다는 사실이, 트렌드를 따라가는 능력보다 그 안에서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빠른 비트로의 회귀가 흥미로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비트가 빨라졌다는 사실보다, 그 비트 위에서 세 팀이 끝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았다는 점이 이번 흐름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