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한 맛 : 다양한 종류의 맛이 섞여 복잡하게 느껴지는 맛

요즘 길을 걷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나는 과연 이 더운 여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가?

뿌연 감정들은 여름을 향해 나 너 사랑해. 라고 외치고 있지만 나의 표정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다단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단한 맛처럼 여름도 그렇다. 하나의 감정으로 묶기엔 어려운 복잡함이 있다. 낭만, 영원, 설렘, 회상 –

서로 다른 감정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하나의 이름으로 정리하기엔 버거울 만큼 다층적이다.

그럼에도 그게 착각일지라도 난 여름을 사랑한다. 어쩌면 다단한 감정들 때문에 여름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게 착각일지라도.

당신의 여름은 어떤 맛인가?

눌어붙은 보통의 하루가 소름 돋게 올라오는 유난한 날입니다.

여름의 끝에서 여름의 시작으로 되돌아오기까지, 넘기고 지나치고 놓고 쥐었던 모든 것이 제 눈에 오만으로 비쳐 생동감 넘치는 이 여름에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짚어보면 별것 아닌데 되짚으면 별것이 되는 까닭은, 여름이 너무 밝아서일까요. 헛된 기우와 이상이 계절을 맴돕니다.

계절의 건널목에 서서 내일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모두의 다정이 모두에게 스미기를 막연히 꿈꿉니다. 이상한 여름입니다. 지나치게 유난한 여름입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가혹하다. 매년 더웠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다르다. 35도를 훌쩍 넘는 온도에 외출조차 망설여지는 날들이 이어진다. 햇볕은 피부를 찌르고, 공기는 후덥지근하게 감긴다. 때로는 날씨 자체가 하나의 재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여름, 매번 지치고 늘어지기만 했던 이 계절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이다. 듣는 순간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고, 미웠던 계절이 잠시 덜 밉게 느껴진다.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무더위 속에서도 숨 쉴 틈을 만들어주는 노래들로 구성했다. 여름을 온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잠시나마 버틸 수 있게 해줄 음악이 필요할 때 꺼내 들을 수 있기를. 그렇게 이 계절을, 함께 잘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