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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______ 죽은 지구에 K-POP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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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은 더 이상 '한국의 대중음악'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된 이 산업은 문화적, 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눈부신 성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최근 들어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팬덤 내부에서조차 "지속 가능한 K-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실물 앨범 소비, 환경 파괴적 마케팅 방식, 그리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랜덤 구성품 판매 구조 등은 심각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K-POP 산업의 핵심 수익 구조에는 실물 앨범이 있다. 팬덤 사이의 초동 판매량 경쟁은 앨범 '사재기'를 일상화시켰고, 포토카드나 팬사인회 초대권을 얻기 위한 'N장 구매' 문화는 이제 익숙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앨범이 대거 폐기된다는 점이다. 앨범은 자연 분해가 어려운 플라스틱으로 제작되며, 응원봉 등 콘서트 MD 제품도 마찬가지다. 응원봉 또한 콘서트마다 리뉴얼되며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판매되고, 팬들은 이를 수집하며 또다시 구매에 나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의원이 환경부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음반 기획사들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앨범, 포장재, MD 제작 등에 사용한 플라스틱의 총량은 무려 6639만 톤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산업 폐기물 문제를 넘어선, 문화 산업이 만들어낸 구조적 환경 오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행보는 K-POP 산업에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지난 4월, 콜드플레이는 8년 만에 내한하여 총 6회에 걸친 대규모 공연을 개최했고, 회차당 5만 명씩 총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역대 내한 공연 중 최다 회차, 최다 관객 기록이지만, 단순한 숫자보다 더욱 주목받은 것은 공연 전반에 녹아든 콜드플레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관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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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친환경 콘서트를 위한 다방면의 실천을 통해 환경운동을 '참여형 놀이'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관객의 움직임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키네틱 플로어', 자전거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는 '파워 바이크', 태양광 타일을 통한 친환경 전력 생산이 대표적이다. 플라스틱 생수병 반입은 금지되고, 재사용 물병과 멸균 종이팩에 담긴 물만 허용되며, 워터스테이션과 대형 생수통이 마련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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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응원봉 대신 현장에서 나눠준 자이로 밴드를 손목에 찼다. 자이로 밴드는 노래에 맞춰 불빛이 빛나는 LED 팔찌로, 식물성 자연 분해 소재로 만들어졌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반납을 유도, 다음 공연에 재사용되는 게 특징. 콜드플레이는 콘서트장 전광판을 통해 나라별 회수율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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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play 공식 인스타그램 (@cold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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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콘서트 티켓 1장당 1그루의 나무를 심는 캠페인 등을 통해 관객들이 공연 자체에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수익금의 일부는 산림 복원, 해양 정화, 탄소 포집 기술, 환경법 제정 등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에 기부된다. 이동 수단 또한 전기차 및 바이오 연료 차량을 사용하고, 항공 이동 시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를 도입해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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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업계 역시 변화의 조짐은 있다. 대형 기획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설립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친환경 흐름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획사는 디지털 앨범과 친환경 용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YG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유일하게 '지속 가능 공연 보고서'를 발간해 공연의 환경적 영향을 분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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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여전히 '표면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구조적 변화 없이, 이벤트성 캠페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디지털 앨범이 도입되었더라도, 실물 앨범과 동일한 팬 혜택이 주어지지 않거나, 다운로드 기간이 짧아 팬들 사이에서 실질적 선택지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엔터 업계 역시 친환경적 전환을 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그 변화는 아직 제한적이다.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디지털 앨범 확대, 공연의 친환경화,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는 마케팅 전략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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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주요 소비층인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환경과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소비가 가져오는 파급력을 인식하는 세대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음악 산업 기후 서밋'에서는 K-POP 팬들이 "죽은 지구에 K-POP은 없다(No K-POP on a Dead Planet)"라는 구호를 외치며 산업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제 K-POP은 다시 자문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팬덤의 충성도와 판매량 중심의 모델이 과연 지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가? 콜드플레이가 보여준 지속 가능한 투어 방식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음악 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K-POP이 진정한 글로벌 문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눈앞의 수익만을 좇는 구조에 머물러선 안 된다.
'지속 가능성을 단순한 선택지가 아닌 필수 가치로 받아들이고, 팬덤과 함께 그 가치를 실천해나가는 것이야말로 K-POP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화려함만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감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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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이 급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또한 무풍지대가 아니기에, 탄소중립 실천, 친환경 소재 사용 등의 활동을 진행하거나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에 친환경적 관점을 적극 도입하는 것에는 이해관계자의 인식과 의견 등 다양한 연유로 쉽지만은 않고, 어설픈 실천 과정에서 몇 가지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것, 사소하거나 서투른 노력일지라도 실천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일례로, 앞서 RIN의 글에 등장한 콜드플레이의 월드 투어 "Music of Spheres"와 함께 친환경 월드 투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빌리 아일리쉬는 월드 투어 "Happier Than Ever, The World Tour"가 있다. 비건 팝스타로 알려지는 빌리 아일리쉬는 자신의 팬들에게 해당 투어 동안 식물성 식사를 섭취하도록 권장했다. 또 '빌리 아일리시 액션 빌리지'를 조성하여 친환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환경 단체와 기후 프로젝트에 한화로 약 14억 이상을 기부하기도 했다. 빌리 아일리쉬의 월드 투어는 단순히 환경을 외치고, 권장하고, 단체를 후원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문적인 환경 보호단체와 파트너쉽을 체결하여 월드 투어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구성하고자 세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했다. 투어 내내 일회용 플라스틱 감소 및 제거를 위해 재사용 가능한 컵에 음료를 담아 판매했고, 재구매 시 초기에 받은 용기에 음료를 다시 담아주었다. 이에 따라 투어 내내 117,000개 이상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 외에도 탄소발자국 감소를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홍보하거나 비닐봉지 사용 금지 등 팬들의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을 유도했다.
빌리의 투어에는 팬의 역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투어 내 관계자들은 숙소 내 일회용 어메니티 사용을 거부했다. 투어 전반에 걸쳐 재활용품 수거와 분리를 강화하기도 했는데 무대에서는 충전식 배터리를 적극 사용하고, 비충전식 배터리의 경우 사용된 배터리는 재활용, 남은 전력이 있는 배터리는 기부했다.
투어에서 시행된 친환경적 활동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사소했고 간단했지만, 이 사소한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15,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중화되었다.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는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나름의 연구와 세미나 등이 선행되고 있다. 그러나 환경을 지키는 활동은 거창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빌리 아일리쉬의 월드 투어, 콜드플레이의 월드 투어를 통해 알 수 있다. 단 한 번으로 거대한 파급효과를 얻기 위한 노력만 하기보다는, 그러한 움직임과 동시에 아주 작은 것이라 해도 실천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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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의 글처럼, K-POP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닌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의 도입이 절실하다.
K-POP 산업은 물리적 앨범 소비가 수익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장의 앨범을 구매해 팬 사인회 참여 기회를 얻는 방식은 결국 과잉 생산과 폐기를 초래한다. 이러한 구조는 환경뿐만 아니라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팬들의 '소유' 중심 소비에서 '경험' 중심 소비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K-POP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인 팬덤 역시 지속가능성 논의의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다.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의 확산자이자 공동 생산자이다. 따라서 기업은 팬들과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환경적 실천을 함께 고민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굿즈 제작 시 친환경 재질을 사용하거나 수요 기반 제작 방식을 도입하고 교육적 콘텐츠나 캠페인을 통해 팬들이 환경적 가치를 공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결국 K-POP의 지속가능성은 '이미지 관리'가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에 달려 있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각 주체가 긴 호흡으로 책임감 있게 접근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K-POP은 이미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만큼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도 크다. 지속 가능한 K-POP을 향한 움직임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대중문화의 미래를 위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K-POP을 위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산업 내부의 구조 개편, 팬덤과의 상호적 실천, 기업의 책임 있는 전략이 맞물릴 때, K-POP은 그 영향력을 건강하게 지속해 나갈 수 있다.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환경적 비용을 외면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새로운 문화적 기준으로 세워야 할 시점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은 이것이다. "죽은 지구에 K-POP은 없다 (No K-POP on a Dead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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